탄소 배출 ‘마이너스’의 실현, 대기 직접 포집(DAC) 기술이 그리는 역전의 시나리오

기후 위기를 경고하는 붉은색 지표들이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 단순히 탄소 배출을 줄이는 ‘제로(Zero)’의 노력만으로는 뜨거워진 지구를 식히기에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때입니다. 전 세계가 탄소 중립을 외치고 있지만, 이미 대기 중에 쌓인 이산화탄소는 수백 년간 머물며 온난화를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제는 배출된 탄소를 관리하는 수준을 넘어, 이미 공기 중에 퍼져 있는 탄소를 강제로 ‘회수’해야 하는 ‘탄소 네거티브(Carbon Negative)’ 전략이 필수적인 생존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1. 공기 속 탄소를 사냥하는 기술, DAC란 무엇인가?

대기 직접 포집(Direct Air Capture, DAC)은 이름 그대로 대기 중에 희박하게 존재하는 이산화탄소를 거대한 팬(Fan)과 화학적 흡착제를 이용해 직접 걸러내는 기술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이 주로 공장 굴뚝이나 발전소처럼 탄소 농도가 높은 곳에서 작동한다면, DAC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든 공기 자체를 정화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 왜 ‘직접 포집’이 중요할까요?

  • 분산된 탄소의 해결사: 비행기, 자동차, 선박처럼 배출원이 분산되어 있어 일일이 포집 장치를 달 수 없는 영역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상쇄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입니다.
  • 입지의 유연성: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지층 근처나 재생 에너지가 풍부한 사막, 불모지 등에 설치하여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 영구적인 제거: 숲을 가꾸는 방식은 화재나 벌목으로 탄소가 재배출될 위험이 있지만, DAC로 포집해 암반에 주입된 탄소는 수만 년 동안 격리됩니다.

2. 모래사장 속 바늘 찾기, DAC의 작동 원리와 진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420ppm 수준입니다. 이는 공기 분자 100만 개 중 탄소가 단 420개뿐이라는 뜻이죠. 이 희박한 농도를 잡아내기 위해 DAC는 고도의 화학 공학 기술을 사용합니다.

액체 흡수법 vs 고체 흡착법

  • 액체 흡수법(Liquid Solvent): 수산화칼륨 같은 알칼리성 용액을 공기와 접촉시켜 탄소를 흡수하는 방식입니다. 대규모 처리에 유리하지만, 흡수한 탄소를 다시 분리해내기 위해 900°C 이상의 고온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 고체 흡착법(Solid Sorbent): 특수 제작된 필터를 통해 탄소를 걸러내는 방식입니다.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약 80~100°C)에서도 작동이 가능해 태양열이나 공장 폐열을 활용하기에 적합합니다. 2026년 현재, 에너지 효율을 높인 이 고체 흡착식 모델이 상업용 DAC 플랜트의 주류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3. 2026년, DAC가 ‘비싼 실험’에서 ‘현실적 대안’이 된 이유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DAC는 톤당 포집 비용이 너무 비싸 경제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2026년 현재, 상황은 급변하고 있습니다.

비용 하락의 트리거

  1. 모듈화와 양산 체제: 레고 블록처럼 포집 장치를 규격화하여 대량 생산하면서 설비 투자비(CAPEX)가 획기적으로 낮아졌습니다.
  2. 재생 에너지와의 결합: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DAC의 특성상, 잉여 재생 에너지를 저렴하게 공급받는 모델이 구축되었습니다.
  3. 탄소 가격제 강화: 탄소 배출권 가격이 급등하면서, 기업들이 비싼 과징금을 내는 대신 DAC를 통해 얻은 ‘탄소 제거 크레딧’을 구매하는 것이 더 이득인 구조가 형성되었습니다.

The Core Reason: 기술의 성숙과 정책적 뒷받침이 맞물리면서, ‘공기 정화’가 하나의 거대한 산업적 가치를 지닌 비즈니스로 변모했기 때문입니다.

4. 포집된 탄소의 변신: 지하 저장부터 항공유까지

잡아낸 탄소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DAC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합니다. 단순히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이죠.

탄소의 새로운 활용처(CCU)

  • 영구 지층 저장: 아이슬란드의 ‘맘모스(Mammoth)’ 플랜트처럼 포집된 탄소를 물과 섞어 현무암 암반층에 주입합니다. 몇 년 지나면 이 탄소는 단단한 돌(광물)로 변해 영원히 격리됩니다.
  • e-Fuel 생산: 포집된 탄소에 청정 수소를 결합하면 합성 연료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는 기존 내연기관 엔진을 그대로 쓰면서도 탄소 중립을 실현하는 ‘지속 가능한 항공유(SAF)’의 핵심 원료가 됩니다.
  • 건축 자재: 콘크리트 제조 과정에 탄소를 주입하여 건물의 강도를 높이고 탄소를 내부에 가두는 기술이 상용화되고 있습니다.

5. 넘어야 할 산: 에너지 효율과 인프라 확충

물론 DAC가 만능 열쇠는 아닙니다. 가장 큰 숙제는 ‘에너지 소모량’입니다. 탄소를 잡아두기 위해 쓰는 에너지가 화석 연료에서 나온다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2026년의 DAC 전략은 철저하게 ‘에너지 믹스’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열 발전이 풍부한 지역이나 원자력 발전소(SMR) 인근에 DAC 시설을 배치하여 무탄소 전력을 직접 공급받는 방식이 대세가 되고 있습니다. 또한, 포집한 탄소를 이동시킬 파이프라인과 저장소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인프라 투자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6. 기업 경영의 필수 요소, ‘탄소 제거’ 포트폴리오

이제 ESG 경영을 추구하는 글로벌 기업들에게 DAC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수조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DAC 기술 스타트업의 탄소 제거 크레딧을 선구매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DAC에 열광하는 배경

  • 스코프 3(Scope 3) 대응: 공급망 전체에서 발생하는 탄소 발자국을 지우기 위해서는 자체 감축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깨달은 것입니다.
  • 브랜드 가치 제고: ‘우리는 우리가 배출한 탄소보다 더 많은 양을 공기 중에서 제거한다’는 메시지는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 됩니다.
  • 미래 리스크 관리: 향후 더욱 엄격해질 탄소 국경 조정제도(CBAM)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보험과 같습니다.

💡 요약 및 시사점

결국 DAC 기술의 핵심은 ‘시간을 버는 기술’이라는 점에 있습니다. 인류가 에너지 시스템을 완전히 무탄소로 전환하기까지 걸리는 과도기 동안, 대기 중 탄소 농도를 조절해 기후 파국을 막아주는 안전장치 역할을 하는 것이죠.

📌 핵심 정리

  • 정의: 대기 중의 희박한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하여 격리하거나 자원화하는 기술입니다.
  • 차별점: 배출된 이후의 탄소를 처리하므로 ‘탄소 네거티브’ 실현이 가능합니다.
  • 전망: 비용 하락과 탄소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2030년까지 기하급수적인 성장이 예상됩니다.
  • 과제: 저렴한 무탄소 에너지원의 확보와 탄소 저장 인프라 구축이 성패를 좌우할 것입니다.

막연하게 느껴졌던 ‘공기 정화기’로서의 거대 플랜트들이 이제 우리 곁에서 지구의 숨통을 틔워주고 있습니다. 기술이 자연을 파괴하던 시대를 지나, 이제 기술이 자연의 자정 작용을 돕는 새로운 공존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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