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서버의 심장: 레거시에서 모던 백엔드로의 안전한 이주를 위한 ‘스트랭글러 피그’ 전략

이미 운영 중인 거대하고 복잡한 시스템을 단 한 번의 서비스 중단도 없이 최신 아키텍처로 완전히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으시나요? 많은 개발자가 새로운 기술 스택이나 클라우드 네이티브 환경으로의 이전을 꿈꾸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미 돌아가고 있는 코드’를 건드리는 것에 대한 엄청난 공포와 마주하게 됩니다. 특히 2026년 현재, 비즈니스의 복잡도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고 단 1분의 가동 중단(Downtime)도 기업에 치명적인 손실을 입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모든 것을 한 번에 갈아엎는 ‘빅뱅(Big Bang)’ 방식의 마이그레이션을 떠올리곤 합니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대규모 시스템의 빅뱅 마이그레이션은 실패 확률이 매우 높으며, 일정 지연과 예산 초과, 그리고 무엇보다 마이그레이션 당일 발생하는 예측 불가능한 장애로 인해 개발팀 전체를 절망에 빠뜨리곤 하죠. 오늘은 이러한 위험을 최소화하고, 거대한 레거시 시스템을 점진적으로 잠식하여 최신 백엔드 환경으로 탈바꿈시키는 ‘스트랭글러 피그(Strangler Fig, 교살자 무화과)’ 전략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1. 왜 지금 ‘스트랭글러 피그’인가?

스트랭글러 피그 패턴은 나무의 위쪽에서 시작해 아래로 뿌리를 내리며 결국 원래의 나무를 감싸 대체해버리는 무화과나무의 성장 방식에서 착안한 이름입니다. 백엔드 아키텍처 관점에서 이는 기존의 레거시 시스템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새로운 기능을 하나씩 새로운 시스템으로 구현하고 점진적으로 교체해 나가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이 전략이 2026년의 백엔드 설계에서 핵심으로 떠오른 이유는 명확합니다. 현대의 서비스는 더 이상 ‘완성’이라는 단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비즈니스는 계속 변하고, 트래픽은 예측 불가능하게 튀어 오릅니다. 이런 환경에서 시스템 전체를 멈추고 새로 만드는 것은 자살 행위와 다름없습니다. 스트랭글러 피그 패턴을 사용하면 비즈니스 가치를 끊임없이 전달하면서도 내부 아키텍처를 현대화할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습니다.

2. 1단계: 신뢰할 수 있는 ‘라우팅 계층’ 구축하기

마이그레이션의 시작은 코드 수정이 아니라 ‘길을 터주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레거시 시스템과 새로운 시스템 사이에서 클라이언트의 요청을 적절히 배분해 줄 강력한 중재자가 필요합니다.

  • API 게이트웨이의 활용: 기존 모놀리식 서버 앞에 API 게이트웨이(Kong, APISIX, 혹은 클라우드 네이티브 게이트웨이)를 배치합니다. 처음에는 모든 트래픽을 기존 레거시로 보냅니다.
  • 프록시 전략: 클라이언트는 서버의 내부 구조 변화를 몰라야 합니다. 게이트웨이는 요청된 엔드포인트에 따라 이 요청이 ‘구식(Old)’ 서버로 갈지, ‘신식(New)’ 서버로 갈지를 결정하는 라우팅 규칙을 가집니다.
  • BFF(Backend for Frontend) 패턴의 병행: 만약 모바일 앱과 웹의 요구사항이 다르다면, 이 단계에서 BFF 계층을 도입하여 클라이언트와의 결합도를 낮추는 것이 나중에 도메인을 분리할 때 훨씬 유리합니다.

이 단계가 완료되면, 이제 특정 기능(예: 회원 가입, 주문 조회 등)을 하나씩 떼어내어 새로운 환경(예: Node.js 기반의 마이크로서비스나 Java Spring Boot 기반의 신규 모듈)에서 개발할 준비가 된 것입니다.

3. 2단계: 데이터 동기화와 일관성 유지의 기술

백엔드 마이그레이션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지점은 단연 ‘데이터베이스’입니다. 애플리케이션 코드는 새로 짤 수 있지만, 십수 년간 쌓인 데이터와 그 데이터들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끊어내는 것은 마법 같은 일이죠.

이때 가장 많이 활용되는 기술이 바로 CDC(Change Data Capture)입니다.

CDC란? 데이터베이스의 로그를 실시간으로 감시하여 데이터의 변경 사항(Insert, Update, Delete)을 캡처하고, 이를 다른 시스템으로 전달하는 기술입니다.

  • Debezium과 Kafka의 조합: 2026년 현재 표준으로 자리 잡은 이 조합은 레거시 DB(Oracle, MySQL 등)의 변경을 감지하여 즉시 신규 DB(PostgreSQL, NoSQL 등)로 동기화합니다.
  • 이중 쓰기(Dual Write)의 지양: 애플리케이션 코드에서 두 DB에 동시에 쓰는 방식은 트랜잭션 관리가 매우 어렵고 시스템 복잡도를 높입니다. 가급적 인프라 수준에서의 CDC를 권장합니다.
  • 데이터 읽기 전략: 특정 기능이 새 시스템으로 이전되었다면, 해당 기능에 대한 ‘쓰기’는 새 시스템에서 수행하고, ‘읽기’는 여전히 동기화된 데이터를 통해 기존 시스템에서도 가능하게 만들어 과도기적인 안정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4. 3단계: 도메인 중심의 점진적 기능 이전

이제 실제로 기능을 옮길 차례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떤 순서로 옮길 것인가’입니다. 무턱대고 복잡한 핵심 로직부터 손을 대면 프로젝트가 좌초될 위험이 큽니다.

  1. 가장자리 기능(Edge Case)부터: 로깅, 알림 발송, 정적 페이지 제공 등 비즈니스 핵심 로직과 결합도가 낮은 기능부터 시작하세요. 이를 통해 마이그레이션 파이프라인의 안전성을 검증할 수 있습니다.
  2. 도메인 추출(Domain Extraction): DDD(도메인 주도 설계)를 활용해 레거시 코드 속에서 경계가 명확한 ‘바운디드 컨텍스트(Bounded Context)’를 찾아내세요. 예를 들어 ‘회원’ 도메인을 하나의 독립된 서비스로 떼어내는 식입니다.
  3. 반부패 계층(Anti-Corruption Layer, ACL): 새 시스템이 레거시 시스템의 지저분한 데이터 구조나 구식 API 모델에 오염되지 않도록, 중간에 변환 계층(ACL)을 두어 깨끗한 도메인 모델을 유지해야 합니다.

5. 4단계: ‘섀도 트래픽’을 이용한 안전한 검증

새로 만든 서버가 기존 서버와 동일하게 동작한다는 것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요? 운영 환경의 실트래픽을 이용한 섀도 트래픽(Shadow Traffic) 테스트가 그 해답입니다.

이 기법은 실제 유입되는 트래픽을 복제하여 레거시 서버와 신규 서버에 동시에 보냅니다. 단, 신규 서버의 응답은 클라이언트에게 전달하지 않고 버립니다. 대신 두 서버의 응답 결과(Response Body, Status Code, Latency)를 비교 분석합니다.

  • 불일치 분석: 두 서버의 응답이 다르다면 로직에 결함이 있다는 뜻입니다. 이를 통해 실제 배포 전에 숨겨진 버그를 99% 이상 잡아낼 수 있습니다.
  • 부하 테스트: 운영 트래픽을 그대로 흘려보냄으로써, 신규 아키텍처가 실제 트래픽 부하를 견딜 수 있는지 자연스럽게 테스트하게 됩니다.

6. 결론: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인내와 철학’

스트랭글러 피그 전략은 단기전이 아닌 장기전입니다. 모든 레거시가 사라질 때까지 수개월, 혹은 수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개발팀은 구 시스템과 신 시스템을 동시에 유지보수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됩니다.

하지만 이 전략의 진정한 가치는 ‘예측 가능성’에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든 마이그레이션을 멈출 수 있고, 문제가 생기면 게이트웨이 설정 하나로 즉시 롤백할 수 있습니다. 경영진에게는 “서비스 중단 없는 현대화”라는 신뢰를 주고, 개발팀에게는 “기술적 부채를 합리적으로 탕감하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결국 훌륭한 백엔드 엔지니어란 새로운 기술을 쫓는 사람만이 아니라, 낡고 거대한 시스템을 안전하게 미래로 인도할 수 있는 ‘안정적인 항해사’여야 합니다. 지금 여러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그 거대한 레거시 코드, 오늘 설명드린 스트랭글러 피그 전략으로 한 걸음씩 정복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 전략: 빅뱅 방식이 아닌 점진적 교체를 선택하세요.
  • 인프라: 강력한 API 게이트웨이와 CDC를 통한 데이터 동기화가 필수입니다.
  • 설계: ACL을 통해 신규 시스템의 순수성을 지키고, 도메인 단위로 기능을 분리하세요.
  • 검증: 섀도 트래픽 테스트로 운영 환경에서의 신뢰도를 확보하세요.
  • 마인드셋: 점진적 이주는 느려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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